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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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임병옥 시인
  • 승인 2022.09.1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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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옥의 시요일]
이미지: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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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임병옥

오메오메
너 그거 아냐 

봄에 논 갈아 씨 뿌리고
다독거렸더니
아이 그것이 이뿌게 고개를 내밀 드라이
그거슬 보고 나락이락 허드만 

글다가
여름 됭께 줄기가 성해지고
낱알 하나하나가 굵어지드랑께 

가을 되더니
금색으로 노랗게 변허믄써
고개를 숙이 드라이
그래서 얼른 수확을 했제이
그거슬 추수락 허드만 

오메
시상 별일 이여
아야. 고것이 겨우내 흰쌀밥 배부르게 해 주드만
징허게 고맙드라이 

근디 말이여
내 배부를 때 너른 들판 한가운데에
허수아비 홀로 남아
먼 산만 쳐다보고 있응께 맘 아프드라 

▣  에필로그

풍요 끝에 고독이 남는다.

들판마다 익어가는 나락이 만드는 황금색은 여느 황금색보다도 더 아름답다.

그 들녘을 오롯이 지키고 서 있는 허수아비 덕에 우리는 따신 쌀밥으로 배를 채우고 행복해 한다. 허수아비의 사랑이 곧 나의 풍요로움이다.

그리 할 일을 다한 허수아비는 가슴 한가득 쓸쓸함과 고독을 안고 파랗디 파란 가을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나처럼.

고독의 풍요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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