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의 명상영행]

꽃길에 서다 (떼켈르) / 정상조
무게 없이 허공에 뜬
하늘길로 오르는 햇살
꽃길의 문양을
나에게 새기느라
흙의 심장이 뛴다
내가 사랑하는 것보다
더 사랑한다고
굽이굽이 내 앞에 선 길
향기로 숨을 쉬고
향기가 핏줄을 돌아
마음에 머무는 곳
휘고 꺾이어 멈추어 선
고목의 춤사위 사이로
꽃길에 햇살이 뿌려진다
마음을 사르고 사르면
너로 새겨진 마음에
하늘길이 열린다
* 에필로그
2016년 여름 카자흐스탄 떼켈르에 갔을 때
천산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꽃길이 아름다워서 시를 쓰려고 했지만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것에 어떤 의미 부여가 어려워서 이제야 글을 쓰는 것은
어제 산책을 하는데 눈앞에 흙의 심장이 보이는 듯하여 완성시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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