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옥의 시요일]
가을Ⅰ / 임병옥
가을아
가을아
너 보려 여름을 헤집고 왔더니
아직 저만치에 있구나
가을아
가을아
니 손 잡으려 장마 뚫고 왔더니
어느새 다른 손 잡고 있구나
가을아
가을아
니 어깨 기대려 소낙비 피해 왔더니
어느새 다른 이가 기대고 있구나
빨강 노랑 니 손
알록달록 니 어깨
내년엔 꼭 내가 먼저 가지련다
▣ 에필로그
여름은 여름이어야 한다.
이미 내 손은 가을 열차표를 사고 두 발은 타는 곳 3번 플랫폼에 서 있다. 이번 가을 열차를 타면 올해 가을은 다시 안 올 것이다.
중복을 지나면서 모두들 덥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덥기는 덥다. 지구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 하여도 다시 못 볼 여름을 즐기자. 그래야 곧 다가올 가을이 겨울이 더 멋지지 않겠는가. 여름은 여름다워야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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