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옥의 시요일]
여행 / 임병옥
나는 오늘도 여행 가방을 꾸린다
아내도
딸들도
식구 모두 여행 가방을 꾸린다
각자의 삶터로
여행을 떠난다
달랑달랑 유치원 가방
못다한 숙제 가득 책가방
서류 뭉치 가득 든 회사 가방
삶의
인생의 무게가
그 가방 안에
가득 들어있다
이제 그 가방 잠시 내려놓고
빈 몸으로 떠나자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에필로그
적당히도 살자.
지난 상반기. 반년. 우리는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연초라고 작심삼일을 새기며 살아야 했고 상반기 실적을 따지며 살아야 했다. 이제 장마 지나고 가을 되면 곧 연말이라고 가슴 죄며 살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잠시도 허투루 살아본 적이 있던가?
학생은 중간고사 끝나면 곧이어 기말고사 범위가 공지되고, 군인은 울타리 안에서 특정 지어져야 하고 직장인은 또 어떠한가? 각자의 삶에서 우리는 참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노랫말도 있지 않은가. 이제 적당히도 살아보자. 우리는 본디 성실하지 않던가? 너무 열심히 살지는 말자.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가끔은 여행도 떠나보자. 빈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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