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의 명상여행]
악보 위를 걷는 바람 / 정상조
나는 갈망한다
불꽃이 켜지도록
바람의 손끝을 매달고 있다
허리를 구부려 귀 기울이매
바람만큼 간절한 게 있을까
나무의 마디마다 음악을 켜고
건반 위를 뛰어다니는 노랫말
신이 난 이파리가 질주한다
금침처럼 꽂히는
햇빛 한 점의 통증
권태도 일종의 노래로 피어나고
높푸른 생성의 그 빛나는 하늘이
일제히 고개 내밀고 흩어지는
나무가 휘저어 둔 하늘만
푸른 물감처럼 젖어드느니
햇빛도 뒤척이는 시간
이럴 때 이파리들을 두드리며
나는 바람으로 갈망한다
* 에필로그
1998년에 화순에서 살 때 쓴 시다
너무 어렵게 살아갈 때 나는 늘 큰 미루나무가 한 그루가 있는 언덕에 올라가 우둑하니 바라볼 때가 많았다
많은 잎들이 늘 바람에 팔랑거리고 있었다
저 잎들이 분명히 바람과 대화를 하는 것 같은데 손을 흔드는 것일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저작권자 © 미래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