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의 명상여행]
진달래 꽃불 / 정상조
전기가 합선되자
곱디고운 얼굴이
천지사방에 펑펑펑 터지더니
여기저기 그리운 님의
진달래 꽃불이 온 산에 나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펑펑 눈물을 쏟으며
앞 산 뒷산 연분홍 꽃망울
자꾸만 터트리는 일
순식간에 폐허가 된
분전기의 가슴속에 선
한 번만 꼭 안아줄 양이면
진달래꽃들이 일시에 만개해버린다
너와 나의 가슴 가득히
진달래 꽃불이 붙는다
* 에필로그
전기공사 하청 업을 할 때 일이다
내가 배전반을 열자 철판과 전기 단자가 부딪치면서 불이 나는데 하얀 불꽃이 순식간에 폭발하는 것이었다
실명(失明) 위험 때문에 장갑 낀 손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순식간에 장갑이 타서 삭은 것처럼 떨어졌다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지만 눈동자도 화상을 입었기 때문에 한동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을 감고 있으면 그 하얀 불꽃의 폭발이 환상으로 어른거리는데 진달래꽃이 만발하게 핀 느낌
그래서 쓴 시가 진달래 꽃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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