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의 명상여행]
벌레 먹은 잎 / 정상조
너만 우냐
나도 울자
햇살을 소화시키는
저 지저귐
벌레 먹은 잎에게
새는 노래를 준다
무엇을 땜질해도
때울 수 없는 곳에
맑은 햇살
그 지저귐이 지나면
숭 뚫려서 보이는
하늘이 있다
* 에필로그
떡갈나무 잎에 벌레가 먹으면 그물망처럼 뚫려있다
조금씩 붙어있는 살점에는 시퍼런 광합성이 여전하다
숭 뚫린 구멍들은 햇살, 바람, 소리들에게 길을 내어준다
"너만 우냐, 나도 울자"는 그물망을 통과한 울음이다
"숭 뚫려서 보이는 하늘 있다"는 그물망에서찢어져 보이는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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