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락지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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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락지 교실
  • 정상조 시인
  • 승인 2022.04.21 2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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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조의 명상여행]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군락지 교실 / 정상조

호박넝쿨 울타리를 넘어가고
낭떠러지로 떨어져서
허리를 못 펴는 칡넝쿨
시든 척 한다

해를 지게에 지고서
서산으로 넘어간다
누가 나를 푸르다 말하는가
등골에는 땀나는 슬픔이 흐른다

슬픔이 울음이 되고
울음이 신음이 될 때
비로소 푸르름은
생명으로 탄생하는 깃발이 된다

사람은 사랑을 알기 전에
눈빛부터 배운다
푸른 고통의 의미를 배운다
이유 없는 울음이 없듯이
매미는 울음부터 배운다

* 에필로그

군락지에서 낭떠러지에 떨어진 칡넝쿨 한 줄기를 볼 때 저것이 고개를 돌려서 살 길을 찾을까?

내가 칡넝쿨 처럼 낭떨어지에 떨어진 것 같았던 때 였었다.
표현이 밋밋해서 주위를 보니 호박넝쿨이 울타리를 넘어가고 있었다.

인생에 있어서 근심과 두려움을 느낄 때면 해는 짐이 되고 진땀이 나는 것이 세상이다.
울음이 신음이 되는 터널을 지나서 그 인내의 끝에서 승리한 자가 누리는 자유를 아는가?

"매미는 울음부터 배운다"  어떤 사람은
슬픔으로, 기쁨으로, 더러는 노래로
듣고 싶은데로 들리는 것이 매미의 울음소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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