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계획은 수정되고 변화한다-테스트베드 사고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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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계획은 수정되고 변화한다-테스트베드 사고방식
  • 이에렌 기자
  • 승인 2021.12.13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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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에 대한 완벽한 계획을 세웠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시간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이란 없고 만약 있더라도 계획을 완전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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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는 기업가치 30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는 기업이다. (코로나의 여파로 기업가치가 떨어지긴 했지만) 에어비앤비는 숙박공유플랫폼으로 숙박업소가 아니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집의 일부나 전부를 여행자나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에어비앤비가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으로 설립되어 고성장을 한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처음에는 단지 집주인이 올린 방세를 구할 길이 없어 아이디어를 짜낸 것부터 시작했다. 거기에 결제시스템과 홍보에 대한 방법과 시행착오를 거쳐 계속 변화했고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지금의 컨셉이 완성된 것이다. 물론 그 시행착오 기간에는 빚을 지고 그것을 갚기 위해 씨리얼박스를 팔기도 했다. 처음 계획은 엉뚱하고 작았지만 계획을 발전시키고 수정하면서 30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사례처럼 시간관리 계획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작할 수는 없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반영하여 수정하고 재설계해나가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테스트베드 사고방식’이라고 하는데 테스트베드란 ‘시험무대’, 시험시스템’이라는 뜻을 가진 용어로 어떤 것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그것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를 미리 알아보기 위해 시험적으로 적용해보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테스트베드 사고방식은 어느 정도의 계획이 잡히면 일단 실행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보완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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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에 관한 강의와 공부를 하면서 나 역시 테스트베드 사고방식을 선택했다. 처음에 책 집필을 계획했을 때는 타겟 독자층을 광범위하게 설정했다. ‘시간관리가 필요한 사람 누구나’라고 말이다. 한참 목차를 만들고 자료를 모았다. 그러나 시간관리에 대한 책은 이미 많이 출판되어 있었고 대부분 유명한 사람들이 썼다. 똑같은 컨셉의 책을 내놓는다면 당연히 경쟁력은 제로였다. 나는 시간관리가 필요한 사람들 중에서도 타겟 독자층을 더 압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누구에게 시간관리가 절실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또 내가 잘 알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독자층이어야했다. 이러한 고민과 수정 끝에 독자층은 ‘프리랜서’로 정해졌다. ‘시간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프리랜서’라는 타겟팅을 하고 나서 집필을 시작했다. 집필을 하는 중에도 초안에서 거듭된 수정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만일 완벽한 계획으로 모든 목차를 만들고 정보수집과 소제목의 컨셉까지 완벽하게 셋팅된 상태로 책을 쓰려고 했다면 아직도 시간관리에 대한 내 책은 머릿속에만 들어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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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베드 사고방식은 목표로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상당히 단축해준다. 프리랜서 강사에서 아카데미 사업가로 성장하기 위한 경로 역시 그러했다.

처음엔 진로강사와 수요처를 연계하는 플랫폼개발을 하고자 계획했다. 그러나 수요조사를 해보자 시장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당장 개발하기에 플랫폼은 비용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사업계획서도 번번이 탈락했다. 때문에 수요조사와 몇몇 평가를 거쳐 방향을 선회했다. 환경교구개발이었는데 실제로 업사이클링 교육키트를 만들고자 시제품을 일부 만들어보았다. 그리고 교육사업을 시작하며 수요처에서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정해진 예산이 빡빡해서 일반 교구보다 비싼 친환경교구를 구매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보다 현장의 수요가 적었던 것이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시작단계에서 매달리기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결국 아카데미를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먼저 수요처에게 알리면서 매출을 올리기로 했다. 마케팅을 통해 조금씩 아카데미를 알려나갔고 일부 교육을 수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교육운영을 하게되자 시야가 다시 트였다. 수요처에서 원하는 교육과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융합적 교육프로그램을 원하는 것을 알게 되자 다시 새로운 방향성이 생겼다. 내년에 아카데미 사업의 큰 줄기가 그렇게 수정되어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또 한 건의 교육요청이 왔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려했다면 영원히 머릿속으로만 사업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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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테스트베드 사고방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도 다룬 바 있는 애자일(agile)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토스’다. 간편송금을 넘어 증권과 은행까지 출범시켰다. 단 6년만에 무서운 기세로 ‘핀테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심에는 바로 최소한의 작동가능한 기능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그를 바탕으로 수정과 방향전환을 거치는 애자일조직이 있었다. 토스가 처음 출범할 때도 실제 서비스를 하기 전에 바로 앱을 만들지 않았다. 먼저 웹사이트로 토스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6시간만에 만들고 토스의 기능을 설명하는 30초 영상을 넣었다. 이 랜딩페이지가 수만명의 호응을 얻자 어플을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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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당신의 머릿속에 혹은, 당신의 노트에 시작하지 못한 많은 계획과 목표들이 적혀있다면, 이제는 시작해야 할 때다. 그 목표를 몇 년이 지나도 꺼내보지 않는 창고 구석에 박아두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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