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를 위한 포기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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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를 위한 포기의 법칙
  • 이에렌 기자
  • 승인 2021.06.14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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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싶으면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전략적 포기의 힘

대학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나를 포함한 다른 동기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 때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친구 말고도 몇몇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 내가 첫 번째 회사에서 퇴사를 한 2년 반 후에도 친구는 여전히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 내가 프리랜서로 전향한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졸업한 연도는 2008년이었다. 몇해 전 만난 그 친구는 자신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실 지금은 공무원 시험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있어. 근데 나이가 서른 중반이라 신입으로 들어가기도 어렵고 아르바이트를 하기에도 부담스러워. 그래서 대외적으로 공무원시험 준비라는 걸 놓을 수도 없다.” 

이미지: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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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포기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니다 싶을 때 과감하게 방향을 선회하는 결단력도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우리는 ‘우공이산’(愚公移山:우공이 산을 옮긴다)이나 ‘마부위침’(磨斧爲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과 같은 인내와 끈기를 중요하게 여기며 참고 견디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배워왔다.

그러나 잘못된 방향이나 소질이 없는 일에 매달려 참을 인만 새긴다고 목표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이루어지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닌 것 같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 전략적 포기의 법칙은 시간관리에 꼭 필요하다. 

이미지: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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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귀신이라는 말이 있다. 작가지망생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부근에는 드라마작가교육원이 있는데 새로 배출되는 드라마작가의 90%이상이 여기 출신이다. 이 교육원은 기본반부터 시작해 4단계로 구성되는데 처음 교육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면접을 거쳐야 하고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탈락자가 나오는 시스템이다. 마지막 반은 전액 장학으로 진행되는데 이 반을 수료하고 나면 대본집을 구성해 방송사에 전해진다. 드라마작가가 되기에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이다.

여의도귀신이란 3단계까지 올라간 지망생들이 계속 4단계에 오르지 못하고 3단계반을 반복해서 다니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어릴 때부터 작가의 꿈을 다져온 나 역시 교육원에 입학한 적이 있다. 3단계까지는 어찌어찌 올라갔는데 마지막 4단계에는 실패했다. 같은 3단계 반에서 공부했던 친구는 다시 한 번 3단계반을 수강해서 마지막 4단계 반에 재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고민했지만 나는 그만 다니기로 결정했다.

이미지:미래경제뉴스
이미지:미래경제뉴스

대신 방향을 틀어 영화를 보고 리뷰를 하면서 작품공부를 하기로 했다. 리뷰를 올리는 것이 계기가 되어 네이버에서 '스타에디터'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사에서 리뷰요청이 오기 시작했고 수입이 생기기도 했다.  그 영화공부를 계기로 영화인문학이라는 강의분야로 활용하게 되었다.

지금 이렇게 책을 쓰고 있기도 하다. ‘여의도 귀신’으로 떠돌았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방향은 바뀌었지만 글을 쓰는 일은 계속하고 있고 작가가 되었다. 포기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살면서 조금의 시행착오도 겪지 않을 수는 없다.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진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포기하기도 어려워진다. 

하는 일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거나 안개가 낀 것처럼 모호한 불안감이 생긴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아야 한다. 

-이 일은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인가?
-수입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 절실하게 하고 싶은가?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포기했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최종 데드라인은 언제까지인가? 
-하고 있는 일이 인생의 목표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것인가?

시간은 유한하다. 앞서 우선순위의 법칙에서도 설명했듯이 모든 일을 다 잘해내거나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해서는 성공할 수도, 행복하게 시간을 쓸 수도 없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는 반드시 버려지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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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프리랜서 강사가 되었을 때는 직업인 특강으로 시작했었다. 그러다 강의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여러 분야의 공부를 하며 학원 강의를 듣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퍼스널 컬러 컨설턴트’였는데 퍼스널 컬러란 개인이 가진 고유의 신체색상을 이용해 자신에게 맞는 컬러를 찾는 것이다. 그 퍼스널 컬러를 활용해 메이크업이나 헤어, 옷 코디 등을 할 수 있게 컨설팅해주는 게 퍼스널 컬러 컨설턴트의 역할이다. 그 수업은 한 달 과정으로 150만원이 넘는 고가의 강의였다. 게다가 퍼스널 컬러를 진단하기 위한 드레이프천이나 기타 교구들을 준비하는 데 70만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

그런데 이 분야는 공부할수록 나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 주관이 관여할 여지가 많은 분야이므로 색에 대한 감각과 정확한 이해도 있어야하고 무엇보다 패션이나 메이크업, 색감의 차이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필요했다. 나는 색에 민감하지도 않았고 메이크업이나 패션에 대한 관심도도 낮은 편이었다.

몇 번 강의를 해보면서 이 분야는 장기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들인 비용이 아깝긴 했지만 과감하게 명함에서 해당 강의를 삭제하고 퍼스널 컬러 강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 거절했다. 대신 내가 관심이 있고 파고들 수 있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잘 한 일이었다. 시간을 더 들였다고 해도 나로서는 더 좋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그래서 포기했다. 아니다 싶어 과감히 내던진 것이다. 

이미지:베리드 스틸컷
이미지:베리드 스틸컷

‘베리드(Buried)’라는 영화가 있다. 이라크에서 트럭운전사로 근무하는 폴이 납치범에 의해 6피트 땅 속 관에 묻히게 된다. 핸드폰을 통해 국방부 구출팀장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러저런 일들 끝에 구출팀장은 테러리스트의 증언을 바탕으로 폴의 관 위치를 거의 찾았다며 희망을 주지만 그들이 찾아낸 관은 폴이 아닌 다른 피해자의 것이었다. 테러리스트의 증언은 이미 죽은 다른 인질의 위치였기에 아무리 파보아도 폴을 구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원하는 목표를 얻을 수 없다. 그럴 경우에는 빨리 다른 방법을 찾거나 아예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아까워서 계속 파보았자 수맥이 없는 곳에서 물이 솟기는 힘들다.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것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막상 도전해보니 자신의 소질이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확신이 든다면 과감히 포기의 법칙을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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