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에 내 시간을 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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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에 내 시간을 팔지 말자
  • 이에렌 기자
  • 승인 2021.06.07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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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할 것

프리랜서의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바로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일의 횟수와 상황이 매우 가변적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프리랜서들이 수입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되고 노력과 시간의 가치에 비해 형편없는 일도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프리랜서가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버려야할 것 중 하나는 푼돈에 집착하는 것이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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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주선하는 업체 중에 지방출장비를 책정해서 지역별로 다르게 지급하는 회사들이 몇 있다. 똑같은 4시간의 강의라도 수도권에 사는 강사가 충청도나 전라도나 경상도의 먼 강의에 나가게 되는 경우 기본 강사료에 해당 지역 출장비를 더해 지급하는 것이다.

하루라는 시간에 벌 수 있는 최대치의 돈이 어느 지역으로 강의를 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멀리 갈수록 당연히 액수가 늘어난다. 그래서 많은 강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기 위해 캐리어에 가득 짐을 싣고 지방으로 강의를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도 프리랜서가 된 지 오래지 않았을 때는 그랬다. 물론 프리랜서가 매일 일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달에 평균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을 벌기 위해서는 시간을 뺏기더라도 총액이 많은 일을 어느 정도는 선택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게 잘못된 일도 아니다.

생계라는 부분에서 봤을 때는 시간당 효율만 따지고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겠다는 생각만으로 시간을 훨씬 더 많이 소비하면서 푼돈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나 역시 시간관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는 한 달에 얼마를 벌었는지에 집착했다. 출장비라는 그럴싸한 항목에 현혹되서 집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강의를 두고 차로 3시간 4시간이 넘는 거리의 강의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잘 따져보면 똑똑한 선택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집에서 30분 거리의 강의에서 4시간의 강의를 한다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5시간정도가 소요된다.

그런데 3만원의 출장비를 받고 집에서 2시간 거리의 충청권의 강의를 간다고 하면 강의와 왕복시간을 합하면 8시간이 필요하다. 2시간 거리면 약 180km를 운전해야 하고 톨게이트비용과 주유비를 따져본다면 오히려 출장비 3만원보다 더 많은 돈이 든다. 시간당 효율과 장거리에 들어가는 부수적인 비용들을 면밀히 따져본다면 시간만 3시간 이상을 더 쓰고 실질적으로 버는 돈은 더 적을 수 있다. 그런데도 멀리 가서 조금이라도 더 버는 게 이득이라고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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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마케터로 일하는 지인 중에도 시간의 함정에 빠진 경우가 있었다. 그녀에게 맡겨진 일은 기관에서 수주한 취업지원사업에 대한 모집홍보 및 전체적인 사업홍보와 관리였다. 3개월을 예상으로 진행한 일이었고 일을 마치면 300만원의 비용을 받기로 했다. 건당 몇 만원에서 몇십만원짜리 일을 진행하던 그녀는 300만원이라는 것에 현혹되어 덥석 일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보니 사업에 연관된 업체가 4개나 되었고 그들이 서로 말하는 요구사항이 달라 회의하는 데 불려다니느라 시간을 많이 쓰게 되었다. 게다가 기관에서 받은 명단을 가지고 전화홍보를 시작했는데 기관이 진행하는 취업지원사업에 대한 설명과 일정 및 교육내용까지 설명해야 했기에 통화 한 번에 5분에서 10분까지도 걸렸고 500명이 넘는 명단에 전화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했다. 거기다 사업홍보 브로슈어부터 공식 블로그까지 만들어 운영하다보니 다른 일을 추가로 받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오프라인 홍보에 참여하기로 한 대학에서의 미진한 홍보로 인해 일정은 뒤로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3개월 프로젝트로 예정된 사업은 6개월이 넘어서야 겨우 마무리되었다.

6개월 동안 매달려 300만원이라는 돈은 매우 적은 금액이었다. 다른 일을 맡을 기회비용까지 따져본다면 분명히 푼돈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300만원이라는 덩어리진 금액에 현혹되어 혼자서 해내야 하는 많은 홍보내용과 업무에 대한 시간의 가치를 따져보지 않고 덤벼들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결과와 돈을 얻어내지 못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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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를 공부하고 실천하기 시작한 후로는 조금 더 벌겠다고 엄청난 시간을 길바닥에 허비하며 지방으로 출강하는 일이 적어졌다. 대신 한 달에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를 벌겠다는 목표를 세워둔다. 목표에 해당하는 강의가 채워지고 나면 나머지는 시간가치계산을 통해 효율이 높은 일을 추가로 한다.

아무리 일이 많이 들어와도 시간 대비 가치가 낮은 강의는 대부분 거절한다. 대신 그 시간을 이용해 미래의 나를 위해 책을 쓰거나 자료수집을 한다. 그리고 아이와 좀 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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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한 번은 이직을 고려하면서 두 개의 조건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한 곳은 집에서 두 시간정도가 걸리는 곳이고 지금 연봉보다 2000만원을 더 주겠다고 했다. 다른 한 곳은 연봉이 똑같고 집에서 30분 거리였다.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했다. 출퇴근에 4시간이 걸린다면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잃어버리게 된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라면 8시간을 일해야 하고(점심시간을 포함하면 9시간을 잡혀있어야 한다) 평균 7시간을 잔다고 하면 16시간이다. 거기에 4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더하면 20시간. 이미 남은 시간은 4시간뿐인데 그마저도 저녁 먹는 시간과 씻는 시간 등을 생각하면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밖에 자유롭게 쓸 시간이 없다.

후자를 선택하는 것보다 출퇴근에서만 3시간이 더 소요되는데 한 달 평균 20일을 일한다고 치면 한 달에 60시간을 더 낭비하는 셈이 된다. 1년으로 치면 720시간이고 상승한 연봉 2000만원을 720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약 27000원이다. 하루에 81000원을 더 벌기 위해(여기에 유류비, 톨비 등은 제하지도 않았다. 이것까지 계산한다면 금액은 더 줄어들 것이다) 3시간을 더 소비하고 9시면 자는 아이의 얼굴을 못보다시피하는 생활을 선택하겠는가? 아니면 길바닥에 버리는 3시간을 퇴근 후 아이와 놀아주고 함께 하는 시간으로 쓰겠는가?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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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번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고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눈앞의 작은 이익을 쫓느라고 내 삶의 상당부분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되어야 하듯 내가 쓰는 시간의 주인 역시 내가 되어야한다. 남의 이익을 위해 푼돈을 받고 시간을 팔아서는 내 행복을 위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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