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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치유의 경계에서 숨비소리로 빚어내는 천년의 빛깔, 발효 색채의 미학! 한국화가 김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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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치유의 경계에서 숨비소리로 빚어내는 천년의 빛깔, 발효 색채의 미학! 한국화가 김미희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9.25 0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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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영혼의 울림!  
작품 ‘숨비소리’는 원초적 생명력을 지닌 바닷속 태초의 비밀을 따온 여성 삶의 선언적 몸짓과 울부짖음에 대한 통찰이리라. 

화실에서 작업에 몰두하는 김미희 작가. 사진:미래경제뉴스
화실에서 작업에 몰두하는 김미희 작가. 사진:미래경제뉴스

아름답고 기품이 느껴지는 묘한 매력의 여성이 있다. 때로 소녀이고 때로는 여인이며 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다.  쓸쓸함이 담긴 그녀의 시선은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듯 시선을 조금 내리고 있다. 그 깊이를 모를 인간의 내면이란 비밀일까 염원일까? 

여인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한국화의 전통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는 김미희 작가를 만났다. 그녀의 슬픈 듯 아름다운 여인상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고통과 희망의 경계를 바라본다.  그동안 삶의 상처와 그 치유에 대한 작품 활동에 매진해 온 김미희 작가의 작품 세계를 따라가 본다. 

석채의 천연물감을 수십번의 바림질로 채색하여 탈색이나 변색이 없는 전통 한국화의 천년 빛깔 '발효색채'

▶ 분채·석채 작업을 하는 작가로 알고 있다. 분채 석채 작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달라.

내 작품에 대한 한줄 평은 '발효색채의 미학'이다. 이는 음식을 만들 듯 재료 준비부터 힘들고 정성스런 긴 과정을 거쳐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것으로 내 작품의 재료에 대한 남다른 열의가 내재된 힘이 바로 발효색채의 비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작품의 재료적 측면에서 볼 때, ‘비단 오백년, 한지 천년’이란 말이 있듯이 전통 한지인 닥종이를 두텁게 하여 만든 장지는 질기고 오랜 세월을 잘 버텨낸다. 이 종이 위에 안료를 아교에 개어 안착시키는데, 이때 사용하는 재료가 분채·석채다. 분채란 토분에 색깔을 입힌 가루 물감이며, 돌을 빻아서 만든 돌가루 성분의 물감이 석채다. 이 분채와 석채의 천연물감을 수십번의 바림질로 채색하여 탈색되거나 변색되지 않는 전통 한국화의 천년 빛깔인 발효색채를 구현한다.

화면 위에 안료 알갱이들이 서로 쌓이면서 반사하고 굴절하여 그 빛이 부딪치면서 깊고 오묘하게 발색된다. 또한 장지에 구축된 자연친화적인 재료의 화면은 탄탄하고 질기며 수명이 길고 화학성분과는 거리가 멀다는 장점이 있다. 장지의 섬유질 사이에 물감이 스며 들어가 마치 손톱의 봉숭아물과 같이 곱게 물들어서 하나가 되는 동양의 자연관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더욱 아련하고 환상적인 색감과 질감으로 따스한 서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처럼 분채·석채는 우리 전통 채색화에 양감, 질감, 명암을 바림질하면서 발효색채의 표현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그래서 분채와 석채가 가진 발효색채의 힘은 작품의 물질적, 정신적 층위에 영혼을 불어 넣어주는 맛과 멋을 풍기는 물질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질료라고 자부한다.

원-자연으로 91*65 장지에 분채, 석채. 2011년 김미희
원-자연으로 91*65 장지에 분채, 석채. 2011년 김미희

▶ 그동안 시간의 정원, 원-자연으로 등 시리즈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속에서 말하고자 했던 의도나 컨셉은 무엇인가?

작품 ‘시간의 정원’은 우리들의 삶의 터전이며 일터를 은유한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삶을 일궈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연 그 자체로서 인간의 포괄적인 삶과 희망을 표현했다.

시골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자랐기에 둘러보면 주위가 온통 정원이었다. 그 삶의 주인공들이 시간의 정원에서 혼을 불태우며,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고자 스스로 알을 깨뜨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숙명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알에서 나온 새처럼 인고의 바람을 안고 시간의 정원을 산책하며 대자연의 긴 호흡으로 삶의 아우라를 뿜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작품 ‘원-바라보다’는 시간의 정원이 아닌 플랫폼의 놀이터에서 욕망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내밀한 바램을 표현하였다. 개인전 ‘파랑새 흙을 먹다’ 전시에서 힐링을 주제로 삼았는데, 자연의 동식물은 그들의 터전이 오염되면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인 오토파지라는 자가치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반해 우리 인간은 삶의 무게가 버거운 나락에서 스스로 헤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병원에서조차 치료받지 못한 무한 자본주의에 지친 영혼들에게 휴식과 위로를 선물하고자 예술에서의 치유라는 주제에 집중하였다. 삶의 고통, 상처, 갈등, 불안, 소유, 욕망 등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경계에 있는 현대인의 이미지를 현미경으로 들이대고 바라본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어느 누구든 간절한 바램은 외면할 수 없지 않은가.

원-4월의 숨결 91*65 장지에 분채, 석채. 2014년 김미희

 

삶의 내면을 응시하며 그 편린들을 애틋하게 조응하는 구도자의 눈길

▶ 작품에 여성이 많이 등장한다. 다양한 여성상이 등장하지만 작가를 닮았다는 평가도 있다. 어떤 여성상을 표출한 것인가?

고단한 삶의 여성의 얼굴에서 그 무엇으로도 빚어낼 수 없는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느낀다. 희생, 고통, 이런 요소들은 희망과 성장 변화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그래서 여성의 삶의 숨결, 그 섬세한 결을 표현하고자 한다. 삶의 가장 극대화된 이미지가 바로 숭고한 영혼의 추임새, '숨비소리'이다.

내 작품의 주요 모티브이며 인류의 절반인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는 우주의 근원이다. 여성을 꽃과 비유하지만 아름다움 이면에 아가, 소녀, 여인, 아내, 엄마, 할머니... 이렇듯 인생의 성장 과정에서 육아와 생업을 조화롭게 일가를 이루어나가야 하는 운명체이다. 그런 점에서 고통을 이기는 인간의 강인함과 자기다움의 정체성을 가진 여인의 아우라를 더욱 강조한다.

그래서 여성의 생애 시기에 대한 다양한 통찰과 해석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여성성과 모성애의 사랑과 희망을 읊조리는 소재에 천착한다. 이에 고단한 노동의 가치를 승화시킨 심미안이 깃들여진 여성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출하고자 한다.

작품 속의 주인공은 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내 삶의 희노애락을 표현한다. 작품활동을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가난한 화가는 본인 스스로 모델도 자처해야 한다. 오히려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서 때론 행복하다. 작가로서의 내 모습은 다른 많은 이들처럼 인생을 고민하고 희구하고 탐구하는 운명의 덫에 빠져 있다.

마치 땅바닥에 툭 떨어져 나뒹구는 동백꽃 한송이 같이 서러운 여인의 삶이 아닌가 하고 자문해본다. 그래서 나를 닮았다.

원-희망 91*72 장지에 분채, 석채. 2011년 김미희
원-희망 91*72 장지에 분채, 석채. 2011년 김미희

▶ 그림속 인물들의 시선이 살짝 내려진 것이 많다.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느낌보다는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 같은 몽환적 시선처리는 어떤 의미가 있나?

오스카 와일드는 “모든 아름다운 것에는 슬픔이 있다.”고 했다.

인물화 연구논문에서 ‘전신사조론’을 탐구했다. 이는 눈을 통해 그 사람의 정신과 사상까지 표현한다는 요지이다. 때론 현대적인 시각적 디자인의 즐거움을 주는 이미지도 좋지만 내 작품의 초점을 잃은 듯한 시선은 삶의 내면을 응시하며 그 편린들을 애틋하게 조응하는 구도자 같은 눈길이다.

그것은 흐르지 않는 눈물 한방울로 적셔내는 절재된 삶의 미학을 풀어냄이며, 보는 이들과 교감하는 카타르시스를 통한 애틋한 사랑의 메시지가 흐르게 하는 눈빛이다.

매일 하루의 삶의 멍에를 내려놓고 시간을 비워내는 순간은 얼마나 허무한가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풍요의 시대에 비물질적 초월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눈짓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작품감상에서 시의 행간이 의미하는 늪에 빠지듯, 음악의 콘서트장처럼 공감하며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읽어내 향유하는 것이 보는 이의 몫이지만, 나는 아우라를 가진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명품 장인의 노동처럼 작가로서 최선을 다하여 그림을 그린다.

나에게 있어서 그림 그리기는 한 마리 작은 물고기의 헤엄치기이며 숨쉬기와도 같다. 그렇게 잠들지 못하고 날밤을 세워 주경야독하며 작품을 제작한다. 마음에 부딪히고 파도에 일렁거리는 심상의 이미지들을 포착하고 숨비소리로 함축하는 여인의 슬픔과 한을 담아내는 그림쟁이의 눈망울은 그래서 더 서글프다.

원-희망 40*40 장지에 분채, 석채. 2010년 김미희
원-희망 40*40 장지에 분채, 석채. 2010년 김미희
원-희망 38*45 장지에 분채, 석채. 2013년 김미희
원-희망 38*45 장지에 분채, 석채. 2013년 김미희
원-희망 82*70 장지에 분채, 석채. 2011년 김미희
원-희망 82*70 장지에 분채, 석채. 2011년 김미희
원-희망 117*91 장지에 분채, 석채. 2012년 김미희
원-희망 117*91 장지에 분채, 석채. 2012년 김미희
원-희망 117*91 장지에 분채, 석채. 2012년 김미희
원-희망 117*91 장지에 분채, 석채. 2012년 김미희

 인물과 소재의 표현이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있고 한편으로 모딜리아니의 여성상과 비견되기도 한다. 어떤 세계관을 표현하고자 하는가?

내 그림의 물리적 층위는 스토리텔링 작업이다. 작업 시 스트리텔링에 의한 이미지 작업을 한다. 물론 완벽한 예술작품이 되려면 채움보다 솎아내고 가지치고 비워내는 작업을 해야한다. 그러면 결국 물질의 계층은 곧바로 색면추상의 현대미술로 비약해 버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보는 이들에게 추억 회상의 실마리가 되는 보여지는 이미지를 고집한다. 그렇다고 사실성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형상성 있는 모티브로 주로 여성의 생명성, 지고지순한 어미, 아가를 안은 엄마의 모성애와 사랑에 대해 공감하고자 한다.

여성의 본질과 닮은 달항아리와 사랑의 상징인 하트와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소재로 화면구성을 한다. 화려한 꽃 자리에 맺는 열매, 그 열매가 땅에 떨어져 다시 새 생명을 움틔우는 생명의 순환에서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삶을 느낀다. 열매 속에 있는 아주 작은 생명체는 심장의 모양이다. 우리 전통 문화·예술의 곡옥의 형상이 바로 이 생명체의 시원을 형상화한 것이라 한다. 여기에 방향성을 가진 인물의 안정감과 편안함의 심상을 위하여 완만한 곡선미의 제주 오름을 차용하는 것을 즐긴다.

그리하여 복은 불러내고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염원을 뜻하는 벽사의 의도를 주제로 담아낸다.

숨비소리-연리지 41*36 장지에 분채, 석채. 2019년 김미희
숨비소리-연리지 41*36 장지에 분채, 석채. 2019년 김미희

인물의 목을 더욱 길게 과장되게 그리는 것은 치열한 삶의 긴장에서 바램과 휴식과 행복을 기원하는 여인의 아우라를 풀어내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이 아우라는 보는 이가 체험하고 감동하는 예술작품의 분위기이다. 희랍어로는 숨결이라는 뜻을 내포하듯이 연약한 듯 강인한 듯 뿜어져 나오는 여성성의 삶이 승화된다. 논리와 이성보다 앞서는 감성으로 심상의 결이 고운 목이 긴 여인은 숭고한 숨비소리를 토해 내며 화면을 누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깊은 울림의 그림으로 남고 싶어

 향후 작업세계도 궁금하다. 진행중이거나 구상하고 있는 작품세계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현재 숨비소리를 주제로 작업을 한다. 숨비소리란 지구상에서 가장 숭고한 영혼의 소리다. 그것은 고단한 삶의 생명력으로 일상의 삶이 예술로 승화되는 절대 순간, 찰나의 극치미이다. 고도의 심해에서 태초의 생명을 찾아 물질하는 해녀의 숭고한 노동만큼 여성성 속에 감춰져 있는 잠재태, 그 강인한 여인의 생명성을 차용한다.

내 작품에서 주로 쓰는 모티브로 엄마와 아기의 모성애와 두 개의 기둥이 한몸이 되는 나무, 연리지는 애틋한 사랑과 마음의 울림이 있다. 아낌없이 주는 아름드리 나무는 마지막 의자가 되어 주고 사랑의 온기를 주며 한줌 타들어 가는 장작불처럼 온몸을 불사르고 희생한다. 질곡의 삶을 살다간 내 어머니의 모습을 나에게 투사하며 한땀 한땀 밤새 붓질을 한다.

이제 새로운 미래가 바라는 감성은 오래된 미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간을 거슬러 고향 같은 전통 한국화의 화면 깊숙이 빠져든다.

숨비소리-시간의 정원 72*53 장지에 분채, 석채. 2019년 김미희
숨비소리-시간의 정원 72*53 장지에 분채, 석채. 2019년 김미희

작가를 사랑하고 작품을 기다리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술을 향유하는 모든이에게 우리 한국화의 발효색채의 아름다운 미감과 그 우수성에 매료되도록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엄마를 떠올리는 작가로 기억되어도 좋고 내 그림을 통해 잃어버린 삶의 추억거리가 회상된다면 그로도 감사하다. 언제나 따뜻한 감성의 붓질과 포근한 색깔로 우리네 삶을 곱게 빚어내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 행복을 길어 올리는 마중물처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노래처럼 깊은 울림을 주는 그림으로 남기를 고대한다.

* 김미희 화가는...

충북대학교 미술교육과와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동양화 전공을 졸업하고 교직에서의 봉직과 함께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00여회 이상의 단체전 및 기획초대전에 참가했으며, 12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충북대학교 강사 역임과 채묵학회, 춘추회, 한국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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