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TI 정광모 단장, 2020년 다윈의 바다를 넘는 VR·AR 산업...5G 상용화가 큰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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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TI 정광모 단장, 2020년 다윈의 바다를 넘는 VR·AR 산업...5G 상용화가 큰 기회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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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VR·AR 산업의 Turning Point 방향을 결정할 시기
5G 상용화가 모두에게 큰 기회 제공...전후방 산업을 견인할 정책 필요

2020년을 맞으며 본지는 전년에 이어 꾸준히 4차산업 기술을 소개하고, 미래 신기술에 기반한 서비스 정보를 통해 경제활력을 높이며 4차산업혁명을 전파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자 합니다. 이에 4차산업혁명의 선두에서 핵심 기술 진보에 노력하는 학계 및 기업의 전문가를 찾아 인터뷰하는 <전문가에게 듣는 2020년 트렌드 특집> 기획기사를 더욱 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과제수행을 통해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기 위해 충실히 준비해온 전자부품연구원(KETI) 정광모 단장을 만나 그간의 연구 실적과 함께 2020년 새해의 계획과 비전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광모 단장은 전자부품연구원에서 이전할 기술에 관심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이전 기업협의체'를 구상해두고 미래를 이끌어갈 4차산업 기술의 연구 개발과 전파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광모 단장의 새해 계획과 비전을 2회에 걸쳐 함께 합니다. 

전자부품연구원 정광모 공간정보가상훈련연구단 단장
전자부품연구원 정광모 공간정보가상훈련연구단 단장

VR·AR 기반 실감형 콘텐츠와 가상훈련 시뮬레이터를 개발하는 KETI의 공간정보가상훈련연구단  

공간정보가상훈련연구단은 국토부가 주도하고 산업부와 행안부, 문체부가 참여하는 다부처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 산업부에서 본 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국토부연구단에서는 고정밀의 3D 공간정보를 구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공간정보가상훈련연구단에서는 그 3D 공간정보를 활용하여 VR·AR 실감콘텐츠를 구현하고 다양한 가상훈련에 활용하는 사업을 연구한다. 즉, 고정밀의 3D 입체공간정보를 활용하여 실감형 VR·AR 콘텐츠를 개발하고, VR·AR 기반의 가상훈련 시뮬레이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우리 연구단은 특히 ▷자율주행자동차 훈련과 운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가상 시뮬레이터, ▷미래형 드론의 필수요소 기술인 자율비행드론 시뮬레이터, ▷비행조종사에게 자주 발생하여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는 공간정위상실(SD : Spatial Disorientation, 비행착각으로도 불림)을 훈련하기 위한 실감형 콘텐츠와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실증테스트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공간정보가상훈련연구단은 크게 3개의 세부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1세부과제와 2세부과제는 기업이 담당하고, 3세부과제와 연구단의 총괄 운영은 KETI가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본 연구단 사업에는 총 10개의 산학연 기관이 컨소시엄으로 공동참여하고 있다. 

정광모 단장이 '기술이전 설명회 및 미래기술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미래경제뉴스
정광모 단장이 'VR·AR 기술이전 설명회 및 미래기술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미래경제뉴스

다윈의 바다를 넘고 있는 VR·AR 산업, 파괴적 창조의 Turning Point 방향을 결정할 시기   

VR·AR 산업은 악마의 강과 죽음의 계곡을 넘기고 마지막 다윈의 바다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 가상현실 산업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큰 도약을 위한 한동안의 기초체력 단련기간으로 봐야 하며, 올해는 스파링을 통하여 경기에 대비하는 마지막 준비기간으로 본다. 

VR·AR이 침체기에 접어든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VR·AR이 지금은 거품이 빠지고 거대한 성장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은 VR·AR 산업에서만 발생되는 것도 아니고, 신기술이 탄생하면서부터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우리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더구나 소비자의 소비형태가 최근의 디지털 제품에서는 순식간에 소비가 폭주하다가 갑자기 소멸되는 경향이 있어서 어쩌면 그 와중에 첫 번째 폭주가 지나간 것이고, 두 번째 폭주를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기술적으로 아직도 개발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HMD(Head Mounted Display : 머리에 쓰고 VR·AR을 체험하는 디스플레이 장치) 경량화, 광학기술, 3차원 공간인식 기술 등이 더욱 안정화 되고 정밀화 되어야 한다. 그동안 연구소와 기업들이 기술적 Risk를 제거하는 많은 성과를 보였지만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몰입하는 데까지의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인체의 수많은 부분 중에 하필 얼굴에 컴퓨터를 부착해야하는 불편함은 개선의 여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스마트폰도 초기 몇 년까지는 밧데리만 많이 소모하는 스펙이 과도한 멍청이 전화기였지만 인터넷을 연결하고 AppStore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내면서 수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전화기의 용도가 아니라 인류에게 또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주는 문물이 되었다. 

VR·AR 디바이스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목표를 부여할 때 거대한 Value Chain을 구축할 수 있고 대규모 경제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VR·AR을 단순하게 디스플레이의 또 다른 형태로 인식하거나, 기존 게임시장의 다른 형태로만 보거나, 다른 TV로만 본다면 부분적인 대체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미 소비자에게 과도한 게임, 과도한 SNS, 과도한 업무도우미 등 과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소비자의 이러한 서비스를 채우기에는 스마트폰이라는 형태의 디바이스가 담기에 한계에 이른 것 같다. 이는 스마트폰이 특이점(Singularity)에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로 봐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폴더블폰이나 플렉서블/롤러블 폰을 새로운 병기로 내세우곤 있지만 기존의 스마트폰 서비스를 새로운 체제로 변환시키기에는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2020년은 스마트폰이 해결하지 못하는 이러한 과도한 서비스들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고민할 때이며 그것이 VR·AR이라면 여기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VR·AR의 장점인 몰입과 인터랙션 기술을 새로운 가치에 어떻게 부여하는지에 따라 3DTV나 세그웨이의 경우처럼 소멸해갈지 아니면 강력한 서비스로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주체가 될지 기로에 있으며 어떤 형태로 Turning Point가 될지 가늠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수많은 기술이 탄생하고 소멸되는 과정을 보면 성공을 규명하는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기술의 진보가 소비자의 기대를 넘어선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며 소비자가 기대한다고 기술이 따라가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친화적이면서도 여러 가지 소비자가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기능을 담아 강력한 경험을 제공해 주면 절반의 성공은 이루어진 것이다.  

VR·AR 산업이 침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바이스의 안정화와 사용의 편리함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콘텐츠와 응용 서비스 측면에서는 신기한 체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즉 실용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또 그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산업에 우선적으로 적용하여 점차 저변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기술의 개발방향을 지금까지의 스마트폰이 가지지 못한 가치나 스마트폰이 해결하지 못하는 기능을 해결하거나, 기존의 TV 또는 웨어러블 기기가 갖출 수 없는 강력한 부가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인류에게 어떠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줄 것인가를 고민하며 나머지 기술적 퍼즐을 맞춘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올 때까지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1의 Chasm을 넘어 제품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제2의 Chasm을 넘기 위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꾸어 기존의 제품으로 인한 수익모델을 버리고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파괴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계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선택이 될 것이다. 즉 당초부터 기업은 Plan A와 Plan B를 준비하고 있다가 성공의 순간에 Plan B로 전환하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통적인 소비패턴이 서서히 성장하여 서서히 소멸되는 구조였으나 최근에는 갑작스런 소비폭주와 갑작스런 소멸로 이어지는 소비자의 형태를 볼 때, 인적자원과 기술력과 자본을 이원화하고 제2의 Chasm에서 과거의 성공을 과감히 떨쳐버리는 파괴적 창조가 기업의 생존력을 높여줄 수 있다. 

규모의 경제는 소비자가 선택하지만 정부의 정책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VR·AR이 사회적·경제적 트리거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겪고 있는 콘텐츠의 부족 문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강력한 서비스 경험, 표준화 되지 않은 기업 독자적인 표준기술들, 고비용의 문제점, 사용의 편리성 등과 같은 다윈의 바다가 가지고 있는 암초들을 건너기 위하여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아래의 그림에서 Turning Point가 2020년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면 기업과 정부 연구소가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산업은 크게 성장할 수도 있고 과거의 3DTV와 같은 실패사례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산학연 및 정부가 모두 모여 Turning Point의 방향을 결정할 때이다. 

VR/AR 기술의 산업화 단계. 출처:KETI
VR/AR 기술의 산업화 단계. 출처:KETI

5G 상용화는 VR·AR 콘텐츠 사업자, 디바이스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큰 기회  

5G 상용화는 VR·AR 콘텐츠 사업자뿐 아니라 디바이스 사업자와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 그리고 소비자에게도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5G는 단순히 통신의 이슈가 아니라 VR·AR 디바이스의 폼팩터에도 영향을 미치고 콘텐츠의 품질과 비용절감은 물론 소비자에게 강력한 경험을 줄 수 있는 Turning Point로 봐야한다. 

컴퓨터가 과거에는 데스크에서 점차 손안으로, 그런 다음 손목을 위한 컴퓨터가 만들어졌다면 VR·AR 컴퓨터는 얼굴에 걸치는 컴퓨터를 만들어 냈다. 얼굴에 써야만 하는 컴퓨터는 VR·AR의 실수이기도 하고 과도기적인 측면도 있지만 VR·AR이 성장하는데 최대의 걸림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의외로 5G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낼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VR·AR 산업을 해치는 걸림돌이 디바이스의 폼팩터뿐 아니라 휴먼팩터였다는 사실도 깊게 깨닫고 있다. 소비자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변화에 따른 강력한 매력을 느껴야 하는데 VR·AR이 기존의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결함과 서비스의 한계를 해결하기도 전에 사용상의 불편과 인체에 미치는 건강상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VR·AR이 익숙하지 않은 UI, 커다란 부피와 무게, 디스플레이 해상도 문제, 배터리 수명 등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 이전에 첫 번째 관문이면서 인간의 본능인 미용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해소하지 못한 채 대중 소비자에게 다가가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VR·AR 디바이스는 얼굴이 아닌 눈에 걸치는 가벼운 컴퓨터이어야 하며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5G는 이제 광대역 무선통신이라는 개념을 넘어 이러한 첫 번째 관문을 해결해 줄 열쇠인 것이다. 5G는 컴퓨팅을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며 고품질 콘텐츠만 스트리밍으로 디바이스에 보내면 되므로 VR을 조만간 안경형 폼팩터로 진보시킬 것이며 이로 인하여 앞서 소개드린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결국 5G는 디바이스의 폼팩터에 안정감을 더해주어 그동안 끊겨있던 Value Chain을 엮어주는 브릿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5G는 VR·AR 산업에서 두 번째 관문인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고품질 콘텐츠와 새로운 App을 탄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안경형 폼팩터로 새롭게 갈아 입은 VR·AR은 이제는 몰입과 인터랙션으로 무장한 고품질 콘텐츠를 통해서 Stupid(스마트폰 자체만으로 해결이 잘 안되는 서비스, 예시 : 건축설계, 오감몰입 콘텐츠)한 스마트폰의 기능들을 자유롭게 재탄생 시킬 것으로 보인다. 마치 초기에 과도한 스펙의 멍청한 전화기가 인류의 삶을 바꿔 놓았듯이 기술적 안정감을 느낀 산업계 대기수요처인 건강관리, 교육 및 훈련, 의료, 광고, 쇼핑, 제조업에서 도입이 한층 활성화 될 수 있다. 

5G는 VR·AR 고품질의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대규모 플랫폼을 가능하게 하며, 라이브러리를 추가하는 형태로 개인미디어 소비자를 프로슈머로 전환시킬 레버리지로 작용할 것이다. 이동통신사가 플랫폼의 경제에 뛰어들고 콘텐츠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현상은 현재의 동향으로 볼 때 당연한 결과이며 벤처, 중소중견 콘텐츠 업계에게도 향후 생태계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5G는 VR·AR 콘텐츠를 독립적인 패키지미디어가 아닌 스트리밍서비스가 가능하게 한다. 과거와 달리 독립적인 미디어 패키지를 제품화하여 Delivery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는 언제 어디서나 고품질의 VR·AR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VR·AR산업이 대규모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단일 상품을 만드는 데 노력하기 보다는 스트리밍서비스가 유통될 수 있도록 소비자와 개발자들이 모여들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플랫폼을 통해 고품질의 VR·AR 콘텐츠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2020년은 5G와 협력으로 기술적 안정감을 확보하는 원년으로 보며, 이제 VR·AR은 다윈의 바다를 향하고 있다. 정부는 안정감을 더해 가고 있는 디바이스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VR·AR형 고품질 콘텐츠 보급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 소비자가 App Store에서 음악을 선택해 구매하듯이 VR·AR콘텐츠를 쉬운 방법으로 선택 구매해서 자유롭게 소비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샌드박스 확대와 같은 정책을 통해 규제완화와 법제도를 정비하고 전후방 시장을 견인할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적으로는 공공분야에 적용함으로써 시장을 견인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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